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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을 석 달 앞두고 은행 창구에서 "연금으로 받으시면 세금이 많이 줄어요"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말이 맞다는 건 알겠는데, 얼마나 줄어드는지 숫자로 와닿지가 않았습니다. 결국 퇴직금 명세서와 계산기를 꺼내 직접 두드려봤고, 그 과정에서 제가 잘못 알고 있던 것들이 꽤 있었습니다. 그 계산 결과와 솔직한 판단을 여기에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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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수령과 연금수령, 세금 구조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퇴직금을 한꺼번에 받으면 퇴직소득세가 그대로 적용됩니다. 퇴직소득세란 근로자가 퇴직하면서 받는 퇴직급여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근속연수가 길수록 공제액이 커지는 구조입니다. 20년을 일했다면 공제 폭이 상당히 넓기 때문에, 실제 세율보다 체감 세부담이 낮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IRP(Individual Retirement Pension, 개인형 퇴직연금) 계좌로 퇴직금을 받아두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IRP란 근로자가 퇴직할 때 받은 퇴직급여를 적립해두고 노후에 연금 형태로 수령하는 계좌를 말합니다. 이 계좌 안에 돈을 넣어두는 동안에는 세금을 내지 않고 운용할 수 있고, 연금으로 꺼내 쓸 때 비로소 연금소득세가 부과됩니다.

제가 처음에 헷갈렸던 부분이 바로 여기입니다. "연금으로 받으면 세금이 줄어든다"는 말의 정확한 의미는 새로운 세율이 적용된다는 게 아니라, 원래 냈어야 할 퇴직소득세를 기준으로 일정 비율만 내면 된다는 뜻입니다. 연금수령 기간이 10년 이하이면 퇴직소득세의 70퍼센트, 10년을 초과하면 60퍼센트만 납부하면 됩니다. 이 할인 구조를 알기 전까지는 계산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습니다.

IRP로 계산해보니 120만 원 차이가 났다

제 사례와 비슷한 조건, 즉 근속연수 20년에 퇴직금 1억5천만 원을 기준으로 계산해봤습니다. 근속연수 공제를 적용한 뒤 산출된 퇴직소득세는 약 300만 원이었습니다. 이 금액을 일시수령하면 300만 원을 그대로 납부해야 합니다.

같은 돈을 IRP에 넣어두고 10년 넘게 나눠서 받으면, 납부 세액은 300만 원의 60퍼센트인 180만 원으로 줄어듭니다. 120만 원이 그냥 절약되는 셈입니다. 저는 이 숫자를 보고 나서야 "아, 이게 꽤 실질적인 차이구나"라는 감이 왔습니다. 숫자로 보기 전까지는 막연하게 조금 줄어드는 정도겠거니 했는데, 120만 원이면 결코 작지 않습니다.

여기에 IRP 운용수익까지 더하면 효과는 더 커집니다. 연금수령 기간 동안 IRP 계좌 안에 남아 있는 자금으로 ETF나 채권 등에 투자해 수익이 생기면, 그 운용수익에는 별도로 낮은 연금소득세만 붙습니다. 단순히 세금을 아끼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일반적으로 연금수령이 무조건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저는 이 운용수익 부분이 실제로는 더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대출이 있는 상황이라면 계산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연 6퍼센트 이자의 대출이 남아 있다면, 연금수령으로 아끼는 세금보다 대출 이자 부담이 더 클 수 있습니다. 저는 제 대출 이자율과 세금 절감액을 나란히 놓고 따져본 뒤에야 방향을 정할 수 있었습니다. 국세청 홈택스에서 퇴직소득세 간이 계산기를 제공하고 있으니, 본인의 조건으로 직접 돌려보시길 권합니다.

일시수령과 10년 이상 연금수령 시 실제 납부 세금을 비교하는 막대그래프

연금수령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것들

연금수령으로 마음을 정하기 전에 짚어봐야 할 항목들이 있습니다. 저는 상담 과정에서 이 부분을 하나씩 체크하면서 최종 결정을 내렸습니다.

  1. 향후 3~5년 안에 목돈이 필요한 일이 있는지 점검한다. 자녀 결혼, 전세 보증금 반환, 의료비 등 예측 가능한 큰 지출이 있다면 연금수령이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2. 연금수령 기간을 10년으로 할지, 그 이상으로 늘릴지 결정한다. 기간이 길수록 할인율이 60퍼센트로 커지지만, 그만큼 매달 받는 금액은 줄어드니 은퇴 후 생활비 계획과 맞춰봐야 합니다.
  3. IRP 계좌 외에 별도 비상금을 확보한다. 중도인출이 발생하면 해당 금액에 대해서는 할인 혜택이 사라지고 원래의 퇴직소득세가 되살아납니다. 중도인출이란 연금 수령 전 또는 수령 중에 계좌에서 돈을 꺼내는 것을 말합니다.
  4. IRP 계좌의 운용 방법을 미리 정해둔다. 방치하면 원금 보장형 상품에 묶여 수익이 거의 없을 수 있으므로, 본인의 위험 성향에 맞는 자산배분을 사전에 설계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특히 세 번째 항목이 맹점이었습니다. 비상금을 IRP와 분리해서 따로 마련해두지 않으면, 급한 일이 생겼을 때 어쩔 수 없이 IRP를 건드리게 되고, 그러면 그동안 쌓아온 세제혜택이 일부 날아갑니다. 세제혜택이란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제도적 혜택을 통칭하는 말인데, 이걸 지키려면 IRP 계좌는 어지간해서는 손대지 않는다는 원칙을 미리 세워두는 것이 핵심입니다.

일반적 통념과 제 경험이 달랐던 지점

일반적으로 "IRP로 받아두면 어차피 나중에 결정하면 되니까 일단 넣어두는 게 낫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말 자체는 맞는 말이지만, 제 경험상 이건 조금 다르게 봐야 합니다. IRP에 넣어두는 순간부터 그 돈의 운용 방식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퇴직 직후 여러 가지 정리할 일이 많아지면, IRP 계좌를 방치하기 쉽습니다. 저도 처음 두 달은 계좌를 들여다보지도 않았는데, 그 사이 원금 보장형 상품에 그냥 앉아 있었습니다. 적극적으로 운용했다면 얻을 수 있었던 수익을 놓친 셈이었습니다.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 정보포털에서는 IRP 운용 현황과 상품별 수익률 비교 자료를 제공하고 있으니, 처음 계좌를 개설한 뒤 꼭 한 번 확인해볼 것을 권합니다.

또 하나, 연금수령 개시 연령도 전략적으로 따져봐야 합니다. 연금소득세율은 수령 시작 연령에 따라 달라지는데, 만 55세부터 69세까지는 5.5퍼센트, 70세부터 79세는 4.4퍼센트, 80세 이상은 3.3퍼센트가 적용됩니다. 같은 금액이라도 수령 시작 시점을 늦출수록 세율이 낮아지는 구조입니다. 이 부분은 은행 상담에서 크게 강조하지 않았는데, 제가 직접 자료를 찾아보고 나서야 알게 된 내용이라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IRP 계좌에 퇴직금을 넣어두면 무조건 연금으로만 받아야 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IRP 계좌에 넣어둔 뒤 나중에 일시금으로 인출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다만 IRP를 거쳐 일시금으로 받으면, IRP를 거치지 않고 바로 일시수령했을 때보다 세금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단 IRP로 받아두고 천천히 방향을 결정하는 것도 유효한 선택지입니다.

Q. 연금수령 기간을 짧게 할수록 유리한가요, 길게 할수록 유리한가요?

A. 세금만 놓고 보면 10년을 초과하는 쪽이 유리합니다. 10년 초과 수령 시 퇴직소득세의 60퍼센트만 내면 되지만, 10년 이하는 70퍼센트를 내야 합니다. 다만 기간이 길수록 매달 받는 금액이 줄어들기 때문에, 은퇴 후 생활비 수요와 반드시 맞춰봐야 합니다.

Q. 중도인출하면 세금 혜택이 전부 사라지나요?

A. 중도인출한 금액에 한해서는 할인 혜택이 사라지고 원래의 퇴직소득세율이 다시 적용됩니다. 전체 계좌가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인출한 부분만 해당되지만, 그래도 손해가 발생합니다. 이 때문에 IRP 계좌와는 별도로 비상금을 미리 마련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Q. 퇴직소득세를 미리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A. 국세청 홈택스(hometax.go.kr)에 퇴직소득세 간이세액 계산기가 있습니다. 근속연수와 퇴직금 금액을 입력하면 예상 세액을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단, 정확한 최종 세액은 원천징수 시점에 회사나 금융기관이 계산한 값을 기준으로 하므로, 간이 계산기 결과는 참고용으로만 활용하시길 권합니다.

퇴직금을 어떻게 받느냐는 단순히 세금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의 현금 흐름 전체를 좌우하는 결정입니다. 저는 계산해보기 전까지 막연하게 "연금이 낫다더라"는 말만 믿고 있었는데, 직접 숫자를 뽑아보고 나서야 본인 상황에 맞는 판단이 가능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계산이 복잡하게 느껴진다면 국세청 홈택스 계산기부터 한 번 돌려보시고, 그 결과를 들고 IRP를 운용하는 금융기관의 상담 창구를 찾아가보시길 권합니다. 면담 한 번으로 생각이 꽤 정리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세무·금융 조언이 아닙니다. 정확한 세액 산출과 수령 방법 결정은 세무사 또는 금융기관 전문가와 상담하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