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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가상자산 과세가 이번에도 미뤄질 거라고 반쯤 믿고 있었습니다. 두 번, 세 번 연기되는 걸 지켜보면서 그냥 막연하게 '또 미루겠지' 했던 건데, 2027년 1월 1일 시행이 확정됐다는 뉴스를 보고 나서야 부랴부랴 제 거래 내역을 펼쳐봤습니다. 그리고 바로 후회했습니다. 몇 년 전에 산 코인들의 취득가액, 즉 실제로 얼마에 샀는지를 전혀 정리해두지 않았던 겁니다.

취득가액과 특례, 왜 이렇게 중요한가
2027년부터 가상자산을 팔아 생긴 이익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됩니다. 기타소득이란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처럼 정기적으로 발생하는 소득이 아니라, 일시적·우발적으로 생긴 소득을 뜻합니다. 연간 250만 원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에 22퍼센트의 세율이 붙는데, 문제는 이 '나머지 금액', 즉 양도차익을 계산하는 기준이 바로 취득가액이라는 점입니다. 양도차익이란 팔 때 받은 금액에서 살 때 쓴 금액을 뺀 차이를 말합니다. 취득가액이 낮을수록 세금이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이번 과세 시행에는 한 가지 특례 조항이 붙어 있습니다. 특례란 일반 원칙에서 벗어나 예외적으로 인정해주는 규정을 뜻하는데, 2027년 이전부터 보유하던 가상자산에 한해 실제 취득가액과 2026년 12월 31일 기준 시가 중 더 높은 금액을 취득가액으로 인정해주는 내용입니다. 시가란 그 시점의 시장 거래 가격을 말합니다. 제가 처음 이 내용을 읽었을 때는 솔직히 무슨 말인지 바로 와 닿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몇 년 전에 비트코인을 100만 원에 샀는데, 2026년 말 시가가 5,000만 원이고 2028년에 6,000만 원에 판다면, 실제 취득가액(100만 원)이 아니라 2026년 말 시가(5,000만 원)를 기준으로 차익을 계산해줍니다. 그러면 세금을 내야 하는 양도차익이 5,900만 원이 아니라 1,000만 원으로 줄어드는 셈입니다. 이게 얼마나 큰 차이인지 직접 계산해보고 나서야 비로소 이 특례가 왜 중요한지 실감했습니다.
문제는 이 특례를 적용받으려면 2026년 말 시점에 내가 그 코인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하고, 동시에 실제 취득가액 자료도 갖고 있어야 둘 중 유리한 쪽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어느 한쪽 자료가 없으면 선택지 자체가 사라집니다. 이걸 알고 나서 제 기록 상태가 얼마나 엉망인지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직접 거래내역 정리하면서 알게 된 것들
제가 직접 해보니, 국내 대형 거래소에서 거래한 내역은 생각보다 쉽게 뽑혔습니다. 로그인해서 거래내역 메뉴를 찾으면 엑셀 파일로 내보내기가 가능했고, 저는 거래소별로 파일을 따로 저장해 날짜까지 파일명에 붙여뒀습니다. 거래소들이 일정 기간이 지난 내역은 조회를 제한하거나 삭제할 수 있다는 안내가 있어서, 이건 미루지 않고 바로 해두는 게 맞습니다. 실제로 오래된 내역을 조회하려 했더니 기간 제한이 걸려 있어서 당황한 적이 있습니다.
온체인 트랜잭션(on-chain transaction), 즉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직접 이루어진 거래 기록을 추적하는 작업은 좀 달랐습니다. 제가 한때 개인 지갑으로 코인을 옮겨 보관했는데, 이 경우에는 거래소 내역에는 '출금'으로만 찍히고 그 이후 기록이 없습니다. 이더스캔(Etherscan)이나 각 체인 탐색기에서 지갑 주소를 입력하면 전송 이력을 조회할 수 있어서, 그 화면을 캡처해두었습니다. 나중에 취득 시점을 소급해서 증명할 때 이런 자료가 의미 있게 쓰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입니다.
가장 골치 아팠던 건 이미 서비스를 종료한 거래소였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진짜 막막합니다. 로그인 자체가 안 되니 내역을 뽑을 방법이 없고, 그나마 당시 메일함을 뒤져 거래 알림 메일을 찾거나, 오래된 캡처 이미지가 남아 있으면 다행인 상황입니다. 저는 일부 자료는 겨우 찾았지만, 일부는 완전히 사라진 상태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취득가액을 입증할 수 없으니 2026년 말 시가 특례를 활용하는 쪽이 현실적인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단, 그 전제 조건으로 그 코인을 연말 시점에 보유하고 있다는 증거는 반드시 남겨야 합니다.
제가 정리한 작업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 현재 이용 중인 모든 거래소에 로그인해 전체 거래내역을 엑셀로 내려받고, 거래소명과 날짜를 파일명에 기록해 보관한다.
- 코인별로 매수 시점, 수량, 단가를 하나의 시트에 시간순으로 통합 정리한다. 여러 거래소를 오간 코인은 특히 이 작업이 필수다.
- 개인 지갑으로 이동한 코인은 지갑 주소와 블록체인 탐색기 기록을 캡처해 보관한다.
- 서비스 종료 거래소 관련 자료는 이메일, 캡처 이미지, 당시 SNS 게시물 등 남은 흔적을 모두 수집해둔다.
- 2026년 12월 31일 자정 무렵, 보유 중인 전체 가상자산 목록과 수량을 거래소·지갑 화면에서 캡처해 날짜 정보가 포함된 상태로 저장한다.
이 다섯 번째 항목은 제가 특히 강조하고 싶은 부분입니다. 연말 보유 현황 캡처 하나가 나중에 특례 적용의 핵심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액이라 방치해둔 코인도 예외가 아닙니다.

지금 당장 손에 잡히는 준비부터
국세청은 가상자산사업자(VASP, Virtual Asset Service Provider)를 통해 거래 내역을 수집하는 방식으로 과세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VASP란 가상자산 거래소나 보관 서비스처럼 가상자산 관련 업무를 영업으로 하는 사업자를 뜻합니다. 국내 주요 거래소는 이미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신고·등록을 마친 상태이고, 이들 거래소를 통한 거래는 국세청이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출처: 국세청 홈택스)
반대로 개인 지갑이나 해외 미신고 거래소를 통한 거래는 당장은 추적이 어렵더라도, 나중에 원화로 출금할 때 국내 거래소를 거치게 되면 소급해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그냥 모른 척 넘어갈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법령 해석이나 구체적인 세무 신고 방법은 전문가에게 문의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출처: 기획재정부)
지금 시점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준비는 자료를 남기는 것입니다. 과세가 시작된 뒤에 뒤늦게 취득가액을 소명하려 해도, 자료가 없으면 불리한 방향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는 거래내역 정리를 하면서 코인을 몇 개나 갖고 있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는데, 이번 기회에 그것 자체를 정리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2026년 말 시가를 취득가액으로 인정받으려면 어떤 자료가 필요한가요?
A. 최소한 2026년 12월 31일 기준으로 해당 코인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있어야 합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연말 시점의 거래소 보유 현황 화면이나 지갑 잔액 화면을 날짜가 표시된 상태로 캡처해두는 것입니다. 시가 자체는 거래소 또는 과세 당국이 고시하는 기준가를 사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별도로 시가를 직접 증명할 필요는 없을 수 있습니다. 다만 세부 요건은 관련 법령 확정 후 국세청 공식 안내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Q. 이미 서비스를 종료한 거래소에서 산 코인은 취득가액을 어떻게 처리하나요?
A. 직접 겪어보니 이 경우가 가장 골치 아픕니다. 거래소 자체에서 내역을 뽑을 수 없으니, 당시 이메일 거래 알림, 화면 캡처, 은행 이체 내역 등 간접 증빙으로 최대한 소명하는 방법을 써야 합니다. 자료가 전혀 없다면 취득가액을 0원으로 보거나, 반대로 2026년 말 시가 특례를 적용하는 쪽이 유리할 수 있는데, 이 판단은 보유 기간과 코인 시세 변동에 따라 달라지므로 세무사와 상담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Q. 개인 지갑에 보관 중인 코인도 과세 대상인가요?
A. 네, 개인 지갑 보유분도 과세 대상입니다. 다만 개인 지갑에서 직접 매도하거나 다른 개인에게 전송하는 거래는 과세 당국이 즉시 파악하기 어렵지만, 나중에 국내 거래소를 통해 원화로 환전하는 시점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지갑 주소와 블록체인 탐색기 기록을 미리 캡처해두면 취득 시점과 수량을 소급해서 증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Q. 250만 원 공제는 코인별로 따로 적용되나요, 전체 합산인가요?
A. 연간 전체 가상자산 양도차익의 합산 금액에서 250만 원을 한 번 공제하는 방식입니다. 코인 A에서 200만 원 이익, 코인 B에서 300만 원 이익이면 합산 500만 원에서 250만 원을 공제한 250만 원이 과세 기준이 됩니다. 손실이 발생한 코인이 있다면 이익에서 차감해 합산하는 손익통산도 적용됩니다. 손익통산이란 같은 과세 기간 내 이익과 손실을 서로 상계해 순이익에만 세금을 매기는 방식을 말합니다.
가상자산 과세는 이제 더 이상 '언젠가의 일'이 아닙니다. 저처럼 취미 삼아 소액을 흩어놓은 분들도, 지금 당장 거래내역 백업과 연말 보유 현황 캡처 준비부터 시작해두시길 권합니다. 과세가 시작된 뒤에 뒤늦게 자료를 모으는 것보다, 지금 30분 투자해 정리해두는 편이 몇 년 뒤 훨씬 수월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세무 조언이 아닙니다. 정확한 과세 요건은 국세청 홈택스(hometax.go.kr) 또는 세무 전문가를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